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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저/이영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에는 작가가 최근 이십여 년간 방문했던 세계 여러 곳에 대한 몇몇 잡지에 실었던 글들이 담겨있다. 작가의 심심한 여행을 훔쳐보고 있으면 대리만족이 되다가도 당장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게 된다.

본문 중에서...

p90

불편함은 여행을 귀찮게 만들지만, 동시에 일종의 기쁨-번거로움이 가져다주는 기쁨-도 품고 있다.

p119

타임머신이 있고 딱 한 번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얼 하고 싶은가? 분명 여러 소원이 있으리라. 그런데 내 대답은 꽤 오래전부터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1954년의 뉴욕으로 날아가서(기본적이고 바보 같은 질문. 타임머신은 날아다니나?) 그곳 재즈클럽에서 클리퍼드 브라운 & 맥스 로치 5중주단의 라이브를 원 없이 들어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소원이다.

p137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라는 것이 나의 철학(비슷한 것)이다.

p159

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까지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p181

"라오스(같은 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는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참고

포어 스트리트 레스토랑(포틀랜드)
http://www.forestreet.biz/

캐넌볼 애덜리 <Somethin' Else>

 

- Jame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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