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윤용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섬에 갇힌 아버지들, 외로운데 그 외로움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한 책이다. 흔히 누군가 아빠 역할이 힘들다고 토로하면 '원래 그런 거야' '다 그렇게 살아'라며 너무 쉽게 외면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많이 공감했고 많이 위로받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아빠로서 행복한 가정에 보탬이 될까 고민하게 됐다.

본문 중에서

사내놈들은 그렇게 크는 거야

사내놈들은 그렇게 크는 거야. 지금은 지갑에 돈이 없어지고, 좀 더 지나면 아빠의 담배가 한 개비씩 사라지고, 좀 더 지나면 군대 간다고 없어졌다가, 그다음엔 제 여자 만나 부모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들이라는 짐승이지.

회초리보다 자식을 믿을 것

나도 맞고 자랐으니 아이을 때려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 특히 사내아이들은 한 번씩 정신 번쩍 차리게 맞아야 철이 들거라는 믿음은 아버지들의 온전한 착각이다. 게임과 같은 중독적이고 자극적인 대상에 이미 빠져 있든 잠깐의 애교 있는 탈선을 했든,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물리적 체벌에 자신을 교정하며 반성문을 쓸 정도로 순응적이지 않다. 스마트폰 하나면 세상을 다 볼 수 있고 누구와 소통할 수 있고 가정 외의 다른 대안마저 찾을 수 있는 이 열린 세상에서, 아이들은 내가 왜 맞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생각하며 매질 자체를 참아 내지 못한다.

부정(否定)만이 부정(父情)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불필요한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를 내 몸같이 사랑하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인 줄 알았다.
나는 이제 그것이 얼마나 교만하고 무지한 생각이었는지를 철저히 인정한다. 내가 가야 할 아버지로서의 여정에서, 나는 고작 강 하나도 제대로 건너지 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앞으로 더 험난한 산과 바다가 앞을 가로막을 것이며, 그것은 철저한 자기 부정 속에서만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임을 수긍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부정이다. 나는 이런 태도를 갖는 것만이 내 가족을 화목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부정(否定)만이 부정(父情)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냥,
그냥, 그냥

그냥, 그냥이요.
우리는 하나의 생명을 낳아 그 생명이 봄처럼 피어나느 모습을 하루하루 지켜봤어요.
우리가 주는 먹이와 사랑을 받아 저 아이들이 이만큼 컸죠.
한 개를 받기 위해 한 개를 준 것도 아니고, 보험이라 생각하며 아이를 키운 것도 아니죠.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와서 우리 인생이 한동안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지금은 또 우리가 좋은 부모와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게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보게 해 주죠.
때로는 힘들고 좌절도 하지만, 우리는 우주 하나를 온전히 만들어 가고 있어요.
그 위대한 업적을 가능하게 해 준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우리에게 크나큰 선물을 준 것이죠.
그냥 그것만으로 아이들에게 고마워하기로 해요.
그리고 당신, 참 많이 애쓰고 있어요.

자책 말고 뚝심

처음부터 부모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아이가 열 살이면 부모 나이도 열 살이다. 부모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는 원래 미숙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 주는 세상이 정상이다.

 

참고

이 책을 쓰는데 영감을 준 책들

피터 그레이, 커미트 앤더슨 , <아버지의 탄생>
칼르 게바우어, <아버지로 산다는 것>
루이지 조야, <아버지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중년의 발견>
가와기타 요시노리, <중년수업>
사이토 다카시,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송호근,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 James So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