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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본문 중에서...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한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애벌레는 나비가, 상처받은 인간은 완전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성이다." - 엘런 배스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제 두 가지 임무가 있다. 곧, 가는 것과 되는 것(to go and to be)이다. 성숙을 위한 첫번째 임무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정은 다른 사람의 마음 안에 나의 투사(projection)가 함께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 데이비드 리코 <사랑이 두려움을 만날 때>

 

이 세상에서 버거운 질량을 가지고 존재하는 돈다발, 땅문서, 집, 건물, 전자 제품, 자동차 혹은 인간 관계에 대해 별로 집착할 것도 지킬 것도 없는 이들은 놀랍게도 휠씬 더 질량이 나가는 나무와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와 우주와 별을 즐기고 있더란 말이지. 그리하여 놀기 좋아하고 웃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이들과 함께 늘 같이 소주를 먹고 늘 같은 삼겹살 혹은 싸구려 막회를 먹으면서 우주의 유머를 알아버렸단 말이지. 삶이 막 의미 있고 재미지더란 말이야.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 모든 위험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의 위대한 한 언덕을 넘어서는 거야.

 

위녕, 엄마는 아주 기쁜 오늘을 살고 있다. 정말로 감사하는 삶을, 기뻐하는 삶을 살고 있어. 엄마 가까이에 있는 너는 이 세상 누구보다 이런 엄마에게 가장 먼저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겠구나. "엄마는 그제도 울었고 지난주에는 속상해서 잠을 못 잤잖아?"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궁극적으로 엄마는 행복하고 평화롭다. 아까도 말했듯이 깊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누구도 내게서 그 평화를 함부로 빼앗아 가지 못할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설사 그 평화가 흔들려도 난 회복될 수 있을 거라고도 말이야.

 

"감사하라, 더욱 감사하라,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라, 당신의 인생이 바뀌게 될 것이다."

 

사람은 절대 가지고 있을 때, 편안할 때 새로운 것을 시작하지 않아. 그래서 고통은 우리에게 늘 새로운 길의 모퉁이를 돌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밤새 생각해보았는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열쇠가 있었다면 그건 감사였어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내게 남은 것. 내게 아직도 주어지고 있는 것, 내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을 자각한 순간 고통은 힘을 잃었어요. 왜냐하면 남은 것이 잃어버린 것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많았거든요."

 

설사 꿈이 이뤄지지 않고 네가 진로를 변경한다 해도 자신의 밥그릇을 책임지려 노동하는 모든 사람은 추하지도 비뚤어지지도 타락하지 않고 늠름하고 아름답단다.

 

엄마가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손에 가득 든 은을 버려야 금을 얻을 수 있고 금을 버려야 다이아몬드를 얻는다. 삶은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손이 없는지도 몰라.

 

어떤 상황에서도 너는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어. 그걸 잊지 마라. 네 청춘을 축복하고 싶다. 고통마저 눈부실 수 있는 이 청춘의 봄날을!

 

위녕, 노란 리본을 달고 팔찌를 하고 깃발을 다는 것은 소중한 행동이다. 다른 이들의 슬픔에 가만히 격려의 깃발을 올리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지난번에 네가 물었지. 엄마, 사람들이 자기 밖에 몰라, 남의 고통에 너무 무관심해, 하고. 위녕, 그런 일은 없어. 남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실은 자기 자신에게도 무관심하다. 그들은 이기적이라기보다는 무감각하게 사는 거야. 사는지도 모르고 흘러 다니는 거란다. 만일 남의 고통에 잔인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가엾이 여기렴. 그들은 아무도 없는 밤, 실은 자신의 영혼에게도 조소를 퍼붓고 있는 사람들이란다.

 

언제나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게 힘들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힘들고, 잘 사는 것만큼 잘 죽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나 비워야 잘 내려오고, 잘 죽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우리의 누추한 삶은 초라해지지 않을 수 있단다.

 

위녕, 삶은 공평하지 않다. 삶은 평화롭기만 하지도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아.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나면 삶은 신기하게도 우리에게 그 너머의 신비를 보여준단다. 마치 히말라야로 떠난 사람이 "여기 왜 이렇게 추워요?", "산소는 왜 이리 희박하죠?", "아아, 대체 언제나 여름이 와서 우리는 반팔 옷을 입을 수 있죠?"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 떠난 사람에게 히말라야는 미지의 천년설과 눈이 멀도록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고 하지.

 

다만 그렇게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읽다보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할 또는 다른 좋은 것에 도달해 있게 될 거다. 엄마가 생을 믿고 그래 왔듯이 네 생을 믿어라. 걷듯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마라.

 

 

 

 

- Jame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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