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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강상구

얼마 전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인문고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이 책을 골랐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는 인문고전의 원서를 가까이 하되 해설서는 멀리하라고 했지만 장자의 철학이 '그냥' 궁금했던지라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선택했다.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장자>의 해설서라기 보다는 저자가 하고 싶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장자를 비롯한 동서양 철학을 인용해 쓴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동양과 서양의 사례를 모두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더 깊이있는 설명을 듣고 싶은데 중간에 설명을 끊고 동양에서 서양의 사례로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가벼운 마음으로 골랐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다음에는 기회가 된다면 <장자>를 읽고 싶다. 나에게도 이 책의 저자처럼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

본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는 겸손이다. "저보다 더 훌륭한 분이 계십니다." 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면 내 발에 이미 너무나도 잘 맞는 신발이 신겨져 있다. 중요한 건 내 신발의 가치를 찾는 일이다.

세상에 무서울게 없다. 욕심만 버린다면. 

죽음을 긍정하면 삶을 긍정한다. 죽음을 보면 삶이 보인다. 죽을 줄 알면 살 줄 안다.

"남 탓 하지 마라. 못 배운 사람들은 무조건 남 탓이다. 배움은 자기 탓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배움은 남 탓도 내 탓도 하지 않는 데에서 완성된다." - 에픽테토스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흐름을 따라가야 편하다. 결을 거스르면 피곤하다. 힘 빼고 결을 따르면 된다.

영녕이란, 세상에 얽혀 살되 세상에 구애되지 않고, 자신을 버리되 자신을 되찾는 길이다. "세상에서 노닐되 치우치지 않고 남들을 따르되 자신을 잃지 않는(외물)" 길이다.

"잘 짓는다고 좋은 개 아니고, 말 잘한다고 현명한 사람 아니다." - 서무귀

"지극한 말은 말을 버린다. 성인은 말없는 가름침을 행한다." - 지북유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의 수사학을 정리하면서 말의 힘은 세 가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논리는 세 번째다. 합리적인 설득이 가장 힘이 약하다. 감성이 두 번째다. 역시 복잡하고 딱딱하게 따지고 들어갈 것 없이 감성에 불을 확 질러 버리는 쪽이 사람을 쉽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의 힘을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이자 가장 힘이 센 요소는 역시 품성이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다. 말하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다.

"우리는 우선 보고 그 다음에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의부터 하고 그 다음에 본다" - 월터 리프먼

"네가 하는 말이 진실이냐 아니냐만 염두에 두지 말고, 그 말을 듣는 상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지도 함께 생각하라" - 세네카

"진리는 종종 반대자의 공격보다 옹호자의 열광 때문에 더 괴로워한다." - 토마스 페인 

내 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없다. 내 마음이 이미 차 있으니 상대의 말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 내 마음을 비워야 비로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비로소 내 말을 전할 수 있다. 대화의 시작은 재주가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뜻을 전하는 게 목적이다. 뜻을 이해하는 게 목적이다. 말은 수단일 뿐이다. 말에 갇히면 명분에 갇히고, 구호에 갇히고, 생각에 갇힌다. 제 생각에 스스로 갇혀 옴짝달싹도 못한다.

세상 속에서 살지만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중심 지키면서, 남들한테 해코지하는 대신 은은하게 좋은 향기, 좋은 영향을 널리 퍼지게 하는, 그러면서도 만만하게 보여서 괴롭힘 당하지 않는 사람. 진흙탕이 싫다고 버둥거릴 필요 없다. 그냥 그 속에서 뒹굴면 된다. 그저 스스로 당당하게, 알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면 그뿐이다.  

- Jame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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