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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와라 신야 <인도방랑>

devsong 2016. 8. 26. 18:29


인도방랑
후지와라 신야 저/이윤정

 

<인도방랑>은 후지와라 신야가 20대에 겪은 3년 간의 인도 여행 기록을 담고 있는 여행서의 고전이다. 1972년 일본에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인도로 향하게 했다. 무엇이 20대의 젊은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로 떠나게 만들었을까? 이 책 곳곳에는 자신의 여행의 의미를 넘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20대 청년의 고뇌와 열정이 보인다. 자신을 얽어맨 굴레를 벗어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그의 몸부림에서 20대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본문 중에서

나는 '여행'을 계속했다. ······다분히 어리석은 여행이었다. 때로 그것은 우스꽝스런 발걸음이기도 했다. 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
그러나 나는 다른 좋은 것도 보았다. 거대한 바냔나무에 깃들인 숱한 삶을 보았다. 그 뒤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비구름을 보았다. 인간들에게 덤벼드는 사나운 코끼리를 보았다. '코끼리'를 정복한 기품 있는 소년을 보았다. 코끼리와 소년을 감싸 안은 높다란 '숲'을 보았다. 세계는 좋았다. 대지와 바람은 거칠었다. 꽃과 나비는 아름다웠다.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느 모든 것을 관찰했다. '실'을 '베꼈다'. 그리고 내 몸에 그것을 옮겨 적어보았다.

'여행' 안에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과 내 눈앞에 있는 나무 같은 것과의 관계였다.
걷다가 지치면 보리수 같은 큰 나무 밑동에 걸터앉으면 그만이었다. 걷다 지친 몸을 편한 자세로 뉘면 그만이었다. 머리 위에는 ······.
하늘, 나뭇잎, 나뭇잎 사이의 공간, 바람, 나무들을 날아다니는 작은 색······ 그 날개짓, 지저짐, 그리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천만의 나뭇잎에 잔물결을 일으킨다. 그때 바람과 나무는 처음으로 몸을 섞는다. 한바탕 바람이 나무의 공간을 불어 지난 직후, 개개의 힘은 다시 이별한다. 다양한 방향으로 잎바늘을 뻗은 무수한 나뭇잎의 총체는 허공에 하나의 공간을 차지하고, 그 공간으로 불어든 바람은 나뭇잎이 재잘대는 방식에 따라 형태를 부여받는다.

 

후지와라 신야 인터뷰 영상

 

- Jame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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